대구성남초등학교제3회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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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핀 꽃은 없다
 서정애  | 2019·03·27 10:57 | HIT : 60 | VOTE : 17


2016. 4. 섬진강 벚꽃


꽃이 피면 ‘봄이 왔구나’ 하지만 풀과 나무들에게 봄은 치열한 시간이다.
잎과 꽃을 내야 하는 때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제대로 포착하지 않으면
한 해 농사는 끝이나 다름없기 때문.
꽃샘 추위가 몰아치면 성급하게 내놓은 가녀린 꽃과 잎들은 오들오들 떨다
꼼짝없이 얼어 죽을 수도 있다.

겨울눈은 나무들이 미리 준비하는 희망 캡슐이다.
그것을 보면 봄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나무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겨울눈은 여러 겹의 겉껍질과 보송보송한 솜털로 덮여 있는데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함이다.
가운데를 잘라 보면 봄날에 선보일 잎과 꽃들을 포갬포갬 해놓았다.
참으로 질서정연한 ‘수납’이다.
나무들은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그렇게 겨울을 묵묵히 견디며 봄을 기다린다.

남 녘에서 출발한 봄꽃 물결이 여기까지 번지고 있다.
포르스름한 오얏꽃, 형언할 수 없는 색의 습자지 같은 벚꽃, 분홍빛 각시복숭아 꽃,
조금씩 이울고 있는 살구꽃 그리고 친구가 보내온 어느 골짜기의 만발한 진달래꽃무리...
그들은 알람(메신저)에 맞추어 꽃을 피웠을 것이다.
언제 활동을 시작하고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를 알려주는, 그들 스스로 터득한
빅 데이터 생체시계인  알람에 숙연해진다.

뒤란과 쉼터에 벚꽃과 앵두꽃이 만발했다. 복사꽃도 분홍빛 꽃망울 도톰도톰하다.
나날이 우람해져 온 집에 그늘을 드리우는 벚나무를 베자는 내게
'차라리 내 발목을 베라, 내 목을 베라'고 완강히 맞서던 그는 군데군데 벚나무
그루터기를 보며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늘을 걷어낸 자리에 어떤 색채의 물결로 채울까 즐거운 고민을 하는 나와는 달리.
사운거리는 벚꽃 꽃비를 맞으며 줄넘기를 하던 뒷 데크의 벚나무 빈 자리를 보면
더 그럴 것이다. 내가 양보를 더 많이 받은 것 같아 조금 미안하다.

매화는 언제 그들에게 바통 터치를 했는지 새삼 놀랍다.
아침 운동길, 이반장 댁 삼거리 언덕배기에 벚꽃이 화들짝 피고 있어 깜짝 놀랐다.
더 놀아운 것은 이틀전에 꽃몽우리 부풀리고 있던 삼거리 둔덕의 복사꽃이 벌써
지고 있었던 것. 산들바람에 날리는 몇 닢의 꽃잎들을 보면 맞다.

어느 날 갑자기 핀 꽃이 없듯이 속절없이 꽃이 지는 것은 아니다.
꽃이 지는 것은 그들이 축적한 빅 데이터에 의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알람'이다.
올해 계획했던 일을 새로운 각오로 시작해야겠다.
천지에 핀 봄꽃 알람에 맞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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